저는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주로 제가 공부를 하지 않을 때, 핀잔하시며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결혼이 좀 늦어지자 같은 말씀을 걱정을 섞어 하셨습니다.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취업할 때는 취업을 하고, 결혼할 때는 결혼해야 삶이 무난한데, 그러지 않아 당신 마음이 불편하다”는 뜻이었습니다. 나중에 심리학 과목을 수강하며 그것이 심리학 용어로는 ‘발달과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발달과업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 생애 주기에 있는 사람이 그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과업을 말합니다.
독일의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노년기의 발달과업으로 ‘자아통합’을 제시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면서 “나는 최선을 다했어 그래 이만하면 잘 살아온 거야"라고 자신을 인정해 주고 자신의 삶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자신과 화해하고 포용하는 것입니다. 삶에 우여곡절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언제 생각해도 기쁘고 행복한 순간도 있겠지만, 부끄러워 다른 사람들에게 말도 못한 채, 가슴 깊이 꾹꾹 밀어 넣은 아픔, 슬픔도 있습니다. 자신과 화해한 사람은 실패했던 일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을 비난하고 나무라기 보다는 지금까지 이렇게 잘 견디어 온 나를 위로하고 칭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경에서 ‘자아통합'이라는 발달과업을 가장 잘 한 사람이 야곱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곱의 삶도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우여곡절이 참 많았습니다. 비판하자고 현미경을 들이대면 고구마 넝쿨처럼 이어지는 것이 야곱의 허물입니다. 그런데 야곱은 하나님 안에서 자신과 화해합니다. 자신의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야곱의 삶은 젊었을 때 보다 나이가 들어가며 더욱 빛이 납니다. 당대 세계 최강대국의 왕이며 살아 있는 신으로 추앙 받던 바로를 향해 당당하게 축복하는 야곱, 12아들을 축복하고 족장으로 세우는 야곱의 모습은 자신과 화해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복된 일입니다. 동시에 야곱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자신과 화해하여 삶이 좀 여유롭고 평화로웠으면 좋겠습니다.
'목양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나바와 같은 사람 (0) | 2023.08.22 |
---|---|
기도를 통해 얻는 것 (1) | 2023.08.22 |
기도의 핵심 (0) | 2023.08.22 |
무주상 보시 (0) | 2023.08.22 |
용서의 열매 (0) | 2023.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