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 칼럼

기도를 통해 얻는 것

JVChurch 2023. 8. 22. 18:56

        제가 한국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던 교회에는 중보기도팀이 있었습니다. 이 사역을 위해 교회에 붙어 있는 2층 집을 매입해서 사역에 맞게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세 개의 기도 방에서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사람들이 바뀌며 중보기도가 이어졌습니다. 기도 요청서는 늘 수북했습니다. 질병, 건강, 자녀문제, 금전문제, 부부간의 갈등, 경제적인 어려움, 직장에서의 문제등등 일상에서 경험하는 많은 문제들이 중보기도제목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일년에 두번 중보기도에 대한 보고회가 있었는데, 정말 기적 같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무려 5번이나 낙태를 했던 분이 기적같이 새 생명을 얻었다는 보고도 있고, 암으로 모든 것을 포기했던 사람이 완쾌되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교우들은 환호했고, 중보기도팀은 뿌듯해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기도가 원하는 방식대로 응답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중보기도 요청서들을 찬찬히 살펴 보면, 누가봐도 응답되었다고 내세울 수 있는 기도 보다는 사실 그렇지 않은 기도가 더 많았습니다.  환자를 위해 오랜 시간 기도했지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분들도 있었고, 불임부부가 오랜 시간 기도하며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시험관 아기 시술이 안타깝게도 성공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기도는 기도자가 원하는대로 응답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2,000년 기독교 역사에 가장 위대한 사도라는 바울은 기도로 병든 사람은 물론이고 심지어 죽은 사람도 살렸습니다. 그런데 자기 몸에 있는 가시 즉 질병은 고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기도는 필요없는 것일까요? 기도와 상관없이 되는 것은 되고, 되지 않는 것은 안되는 것일까요? 도대체 기도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도는 결핍에서 출발합니다. 사람이 부족을 느끼지 않는다면 기도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핍으로인해 고통스럽고 안타깝기 때문에 하나님을 찾고 기도하게 됩니다. 그런 결핍을 갖고 하나님 앞에 서서 기도할 때, 자신의 한계와 연약함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하나님 앞에 기도할 때, 하나님의 아빠되심이 관념이나 추상이 아니라, 실제로 인식됩니다. 기도는 분명히 요술방망이는 아닙니다. 그러나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런 이유로 예수님께서 월용할 양식이나 연용할 양식이 아니라,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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