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 칼럼

형식보다 내용

JVChurch 2024. 7. 15. 08:45

            한국에서 시골 길을 지나가다 참 재미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을철 논 가운데 세워둔 허수아비의 머리와 어깨 위를 참새들이 오가며 노는 것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허수아비는 영낙없는 사람었습니다. 머리에 씌어진 밀짚 모자에 코와 입모양이 선명한 얼굴 게다가 실제 옷까지 걸쳤습니다. 처음에 새들은 겉모습만 보고 두려워하며 피했지만, 곧 허수아비는 사람도 아니고 자신들을 쫓을 능력도 없다는 것을 금새 알아채고는 아예 그 위에 터를 잡고 놀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포트리 주변에 몇 군데 조화를 세워 놓은 것이 눈에 띕니다. 화려해 보이기는 하지만, 생화와는 다르게 주변과 잘 어울리지 않고 뭔가 좀 생뚱 맞아 보입니다.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을 책망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인들을 향해 ‘회칠한 무덤' 같은 자들이라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모욕적일 수 있는 표현도 거침없이 하셨습니다. 이유는 대단한 형식은 갖추었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알맹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하면 예수님께서는 공생애를 마쳐갈 즘에 무화과 나무를 저주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나무는 잎은 두드러지게 무성했는데, 겉 모습과 다르게 정작 중요한 열매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바리새인들과 열매없는 무화과나무가 예수님으로부터 책망을 들은 것은 같은 이유였습니다.  

 

         흔히 내용을 음식물로 형식을 그릇에 비유합니다. 예쁜 그릇에 맛있는 음식이 담긴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도 훌륭하고 그 안을 채우는 내용도 알차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요즘 고린도전서를 보면서, 고린도교회의 허물이 두드러지는 이유가 ‘내용없는 형식’ 때문이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린도교회는 성경도 많이 알고 은사도 풍성했습니다. 그런데 고린도교회는 그 형식에 걸맞는 내용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고린도교회를 통해 형식은 좀 부족해도 내용에 좀 더 충실해야할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형식 보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