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 칼럼

도미 20년!

JVChurch 2024. 9. 16. 00:34

          지난 번 고국 방문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인천외국인출입국사무소에 갈 일이 있어 갔다가 일을 보고 화장실이 가고 싶었습니다. “화장실은 어디지?” 라고 혼잣말을 하며 두리번 거렸는데, 그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몽골이나 중국 사람으로 보이는 한 여자분이 손으로 가리키며 “남자 화장실은 저기!”라고 서툰 한국어로 말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분에게 시선이 갔습니다. 한국 사람처럼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한 모습이었습니다. 결례가 될까봐 계속 보지는 못했는데, 그 여자분의 모습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그 분의 모습에서 이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제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낯선 땅에서 사는 것이 녹록치 않을 텐데,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하는 바램이 저도 모르게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친지들을 만나면, 거의 빠짐없이 ‘미국에 사는 것이 어떠냐?’고 안부겸 묻습니다. 어떤 분들은 호기심으로, 또 어떤 분들은 미국 사는 것이 부럽다는 듯이 묻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한국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이나 몽골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내가 미국에서 사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는 ‘그렇기 때문에 여기 사는 외국인들에게 잘 해주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외국에 사는 것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대답해 주었더니호기심이나 부러움 보다는 좀 측은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오늘은 저희 가족이 미국 땅을 밟은 지, 정확하게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년 후에 다시 돌아갈 요량으로 이민 가방 8개에 대충 필요한 짐만을 챙겨왔습니다. 그런데 계획과 다르게 한국이 아닌 이 땅에 여전히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이곳에 계속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 이렇게 가족 모두가 건재한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길을 지날 때 보다, 지나온 길을 회고할 때, 더 선명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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