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인간이 만든 형틀 중에 가장 잔인한 것이었습니다. 십자가에 달린 채, 며칠 길면 일주일동안 죽지 못하고 극한의 고통을 받은 죄수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십자가는 본래 로마가 다스리는 변방의 야만인들이 사용하던 형틀이었습니다. 로마 사람들은 십자가를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로마제국에 저항하는 죄수들을 처형하거나 반란을 일으키는 노예들을 죽일 때, 사용했습니다. 로마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에는 아무리 극악무도한 죄인이라도 십자가에 처형하지 않았습니다. 로마의 사상가 키케로는 십자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해로우니 십자가를 생각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잔혹한 형틀에 달려 돌아가셨습니다. 죄목은 “유대인의 왕"이었습니다. 유대인의 왕을 자처하며 신성모독죄를 범했고, 로마제국에 대해 반역을 꾀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이후 십자가의 의미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뀝니다. 잔혹한 형틀에서 해방과 기쁨의 상징이 됩니다. 예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고 그 의미를 깨달은 사람들은 죄에서 자유하고 영생의 기쁨을 누립니다. 예수님은 유대인의 왕이십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섬기시는 왕이십니다. 죄인을 위해 대신 죽으시는 왕이십니다.
유대 총독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하며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패를 붙였습니다. 그것도 히브리어와 라틴어와 헬라어로 기록했습니다. 히브리어는 종교를 대표하는 언어이며, 라틴어는 당시 세계를 통치하는 정치언어였습니다. 또한 헬라어는 문명을 대표하는 문화언어였습니다. 이로 인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온 세상으로 급속히 퍼져나갔습니다. 빌라도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세상 사람들은 예수님의 죄패를 보고 알게 됩니다. 예수님은 참된 ‘유대인의 왕’이시고 곧 “자신의 왕”이시라는 것을… 그리고 그 안에 참 생명과 참 기쁨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