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수련회 주제를 정하고 보니 너무 거창하고 무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입니다. 겨우 1박 2일, 하룻 밤 자고 오는 일정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살짝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오랫동안 방치해서 쑥스럽고 어색할 수도 있는 자신과의 만남이 꼭 있어야 합니다. 쫓기듯 지나 온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쉼표를 찍으며 그 동안 수고하고 애쓴 내 속에 있는 나를 보듬고 위로하며 “수고 많았다" “지금까지 잘 살았다"라고 격려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내 삶은 충분히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는 사실에 자신이 먼저 충분히 공감했으면 합니다.
가을이 완연한 길을 천천히 걸으며 혹은 호수옆 벤치 앉아 멍을 때리며 지나온 시간을 회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간 시간에 아쉬움이나 후회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후회나 아쉬움이 마음에 쓴 뿌리가 되지 않도록 직접 마주하고 소통하고 이해하고 용납하여 삶의 교훈이 되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또 아쉬움과 후회의 짙은 그늘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 기쁨과 감사의 순간들을 소환해서 조우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섭리 하시는 인생의 주인이신 주님의 사랑스런 손길을 그 속에서 느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다른 지체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슷한 시대를 함께 지나온 인생의 동료로, 믿음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신앙의 동지로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이 더 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는 적어도 두 손가락, 두 손이 모여야 만들어 집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서로 사랑하라"라는 새 계명을 주셨나 봅니다. 서로를 좀 더 알고 이해할 때, 훨씬더 많은 공감의 영역이 생길 것이고 그래야 보다 온전한 하트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나를 만나 보듬고 내 속에 나무의 나이테처럼 새겨진 주님의 사랑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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