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에 가면 알링턴 국립묘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단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묘지는 전직 대통령과 같은 유명인사들의 무덤이 아니라, 무명용사의 탑입니다. 그 탑에는 “여기 오직 하나님께만 알려진 명예로운 미국의 전사들이 잠들다”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국립묘지를 찾는 외국의 국가 원수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무용용사의 탑을 찾습니다. 이름도 계급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용사들의 묘는 그 어떤 위대한 왕족이나 구국의 위인 못지 않은 중대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국은 왕립묘지격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무명용사의 무덤을 조성해 놓았고, 프랑스도 파리의 심장인 개선문에 조성해 놓았습니다.
성경에도 이름없는 영웅들이 참 많이 등장합니다. 나아만 장군에게 엘리사를 소개하여 나병에서 낫게한 여종, 호적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밤 방을 구하지 못해 난감해 하던 요셉과 마리아에게 마구간을 내어 주어 준 여관집 주인, 제사장도 레위인도 외면한 강도 만난 자에게 선행을 베푼 사마리아 사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셨을 때 한번도 타지 않은 나귀를 내어 준 사람, 성경에는 이런 사람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요즘 사순절을 맞아 예수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설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제자들에 대해 집중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12제자 중에 유명한 사람은 베드로, 야고보, 요한 정도입니다. 그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영웅들입니다. 그리고 빌립, 도마,안드레가 한두번 성경에 등장하는 정도이고 나머지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의 제자 명단에만 이름만 올라 있을 뿐입니다. 성경은 그들의 행적에 대해 침묵합니다. 다만, 극히 일부의 문서에 초대교회 전승이라는 이름으로 부정확하게 남아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의 역사에서 수많은 무명의 사람들의 역할은 절대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들 못지 않습니다. 오늘도 세상 구석구석에서 묵묵히 이름없이 헌신하는 이들이 참 값지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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