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혹은 ‘참회의 수요일'입니다. 그리고 이날 부터 부활절인 오는 3월 31일까지 주일을 뺀 나머지 40일 동안이 ‘사순절(Lent)입니다. 초대교회에서는 주로 부활절 새벽에 세례가 베풀어 졌는데, 세례 예비자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 ‘회개'를 통해 세례를 준비하였습니다. 또 사순절 기간은 이미 세례를 받은 이들도 자신이 받은 세례를 되돌아 보고 자신을 갱신하는 일에 힘썼습니다. 시대나 교파에 따라 사순절을 보내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내용은 다르지 않아 주로 그리스도의 수난을 깊이 묵상하며 자신을 되돌아 보고 참회하고 주의 은총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는 ‘참회와 회개’ 또 ‘정화와 순수’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 앞에 회개할 때는 옷을 찢고 재를 뒤집어 썼습니다. 또 재는 인간의 유한성을 의미하기도 하고, 농경문화에서는 새로운 생명과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의 수요일’ 예배에서는 성직자가 물에 적신 재로 교우들의 머리 혹은 이마에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하라"라는 멘트를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인간의 죄와 유한성, 인생의 무상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하나님의 용서와 은총을 구하며 살아가게 했습니다.
한 동안 한국 개신교회는 재의 수요일이나 사순절 절기가 가톨릭에서 정한 절기이고 성경에도 나와 있지 않은 절기라는 이유로 지키지 않고, 주로 고난주간이나 부활주일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회 안에 사순절에는 ‘다니엘 금식' 이나 ‘미디어 금식’, ‘북한돕기 모금' 혹은 ‘장기기증 캠페인' 이나 ‘헌혈하기'등과 같은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사순절은 교회 역사가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좋은 전통입니다. 이 기간을 통해 자신을 살피고 그리스도의 수난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그 은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의미있고 가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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