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노회 목회자들과 함께 처음으로 성지순례를 했습니다. 그 때 유대광야를 보았습니다. 마치 시간의 멈춘 것처럼 참 한적하고 조용했습니다. 양떼를 몰고 지나가는 베두인 소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급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느긋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때, 그곳에 며칠 만이라도 그게 안된다면 몇 시간만이라도 머물고 싶었습니다. 실컷 유대광야를 보고 싶었고 베두인들의 삶의 모습도 눈에 넣고 싶었습니다. 바램과 달리, 그런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바쁘게 서두르지 않으면 다 소화할 수 없는 빠듯한 여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서둘러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광야로 인도하시고 그곳에서 40년을 지나게 하셨습니다. 광야의 여정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도를 배우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자신들의 실존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죄악이 만들어 내는 탐욕 대신 하나님으로만 만족하는 삶의 방식을 배웠습니다. 광야의 시간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조금씩 이집트 노예로 살던 옛 모습을 벗고 비로소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 갔습니다.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가서 며칠이라도 푹 쉬고 싶다"는 말입니다. 뭔가에 쫓기듯 살아갑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정직하게 자신과 대면할 여유가 없습니다. 사순절은 우리에게 광야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하루 일정 중에 꼭 여유의 시간을 만들어서 자신의 실존과 정직하게 마주하고 보듬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나 온 시간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또 앞으로 베푸실 은총을 기대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는 특권을 주신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 은혜를 깊이 묵상하며 그 은혜를 깊이 새길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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