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 칼럼

Gray

JVChurch 2025. 6. 1. 07:02

       얼마 전 관공서에 일을 볼 때, 있었던 일입니다. 직원이 작성한 서류를 내밀며 검토하고 이상이 없으면 싸인해서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이상이 없는 Hair Color를 기록하는 란에 Gray라고 적어 놓은 것이 좀 마음에 걸렸습니다. “내가 한국 사람인데 머리카락이 당연히 검은 색이지 어떻게 회색이야?” 하는 생각이 들어 직원이 실수했다고 순간 단정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좀 언짢았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 머리카락을 검정색 외에 다른 색깔로 생각한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좀 당황스러워 검정색으로 고쳐 달라고 하려다가 순간 직원의 눈에는 회색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류에 말없이 싸인 하고 돌려 주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거울을 보는데, 제 눈에도 제 머리카락은 검정색보다는 회색에 훨씬 더 가까웠습니다. 그냥 말없이 싸인해 주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습니다. 어느 선배 목사님께서 처음 담임목사로 부임할 때는 주변에서 하도 ‘젊은 목사’라는 말을 많이 해서 듣기 싫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젊은 목사라는 말이 들리지 않더랍니다. 저도 처음 담임목회를 할 때는 “담임 목사님이세요?”라는 말을 꽤 들었습니다. 담임목사치고는 좀 젊어 보인다는 의미였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런 말을 듣지 못합니다.  

 

      저는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싫어하거나 감추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나이 들고 그에 걸맞게 외모가 변하는 것은 사계절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봄에 피는 꽃도 참 아름답지만, 가을에 곱게 물든 단풍도 그 못지 않게 아름답고 귀합니다. 그럼에도 제 머리 색깔을 Gray라고 본 직원에게 당황한 것은 저의 신체 변화 속도를 제 생각이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해프닝이었습니다. 제 인생의 가을도 아름다운 봄 꽃보다 더 멋진 곱게 물든 단풍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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