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 칼럼

2021년 9월19일 - 예수님 사랑, 교회 사랑

JVChurch 2022. 2. 22. 13:20

수년 전에 심방하면서 흙을 담아 놓은 유리병을 보았습니다. 병 밑에는 “조국의 흙"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병 안에 “나는 조국은 사랑하지만 조국의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소하고 이해하기 힘든 문구가 보였습니다. 결국 저 분이 사랑하는 조국은 사람이 아니라, 흙이란 말인가? 조국의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조국의 흙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일까? 그런 사랑이 도대체 가능하긴 한걸까?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물론 그 분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군사 정부로부터 많은 불이익을 당해 생각치도 않게 이민자가 된 것 때문이라는 것을 압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조국의 흙을 사랑하는 것과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동격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묻기도 어려웠습니다.  

 

가끔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교회를 험담하는 이들을 봅니다. 다른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침소봉대해서 재미삼아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그것은 굉장히 모순된 것입니다. 예수님과 교회와의 관계는 사람으로치면 영혼과 육체와의 관계입니다. 예수님은 교회의 영혼이고 교회는 예수님의 몸입니다. 상대를 사랑한다고 할 때, 보이지 않는 영혼은 지극히 사랑하지만 보이는 몸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런 사랑은 없습니다. 조국은 사랑하지만, 조국의 사람들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해하기 힘든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결혼 주례 전에 상담을 하면서 신랑에게 신부의 어디가 좋으냐? 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지 않은 곳이 없고, 웃는 것은 물론이고, 말하는 것, 심지어 토라지는 것도 예쁘다고 대답했습니다.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였구나!” 하며 함께 행복하게 웃은 적이 있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예수님의 몸으로 존재하는 교회를 사랑할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죄인입니다. 예수를 믿어도 그 죄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교회도 결국은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절대로 완벽하지 않습니다. 허물을 찾으려 들면 집안의 먼지처럼 곳곳에 수도없이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교회를 사랑합니다. 교회의 허물이 보일 때, 아픔을 느낄 것입니다. 조용히 덮을 것입니다. 그리고 말없이 그 허물을 채워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