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 칼럼

2021년 10월3일 - 내리사랑

JVChurch 2022. 2. 22. 13:23

몇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어머니께서 100불짜리를 여러 장 갖고 계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웬 달러를 이렇게 많이 갖고 계세요? 하고 여쭤 보니, “그 동안 네가 준 돈" 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니 왜 그 돈을 그냥 갖고 계세요? 환전하셔서 쓰시지 않고요?” 라고 타박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네가 준 돈을 어떻게 써. 나 죽으면 너 주려고 모았다"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부터는 그러시지 못하게 달러로 드리지 않고 꼭 환전해서 한국 돈으로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작은 용돈 그것도 몇 년에 한 번 받으시면서 수고하고 애썼을 자식 생각에 차마 그 돈을 쓰시지 못하셨던 겁니다. 그 때는 어머니 마음을 잘 몰랐습니다.  

 

일전에 큰 아이가 가족들에게 저녁을 샀습니다. 평소에 가기 어려운 꽤 고급 식당을 예약했습니다. 지중해 음식을 하는 식당인데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애피타이저, 메인디쉬, 디저트를 풍성히 주문했습니다. 부모와 제 동생들에게 마음 쓰는 녀석을 보며 참 대견하고 기특했습니다. 저 녀석이 언제 저렇게 컸나? 싶었습니다. 나는 저만할 때, 저런 능력도 없었고, 생각도 못했는데, 아비보다 나은 자식을 보며 한편으로는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아이가 저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수고하고 애 썼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내가 밥값 낼 때는 느끼지 못한 뭐라고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조금 드렸던 그 돈을 쓰지 못하시고 모아 놓으신 어머니의 마음을 그제서야 좀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오래 전에 교회에서 나이 지긋하신 권사님께서 “남편이 주는 돈은 앉아서 받고 자식이 주는 돈은 서서 받는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남편 먼저 보내시고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을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우시다고 하셨습니다. 마음 같아선 자식들에게 뭐든지 풍성하게 주어 자식들 고생 좀 덜하게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받아서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할 수록 참 신기합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배우지도 않은 내리사랑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인데, 하나님을 몰라서 사람들은 그냥 본능이라고 하나 봅니다. 부모가 되고 자식에게 사랑을 받고나서 깨닫게 되는 내리사랑, 참 특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