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 칼럼

2022년 8월 4일 - 걸으면서 느끼는 감사

JVChurch 2022. 8. 15. 10:10

요즘은 더위 때문에 걷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늘을 찾아 걷는데 쉽지 않습니다. 정 어려울 때는 집안에서 걷습니다. 걸으면서 어떤 때는 강의를 듣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또 어떤 때는 아무런 생각없이 걷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기도 합니다. 그렇게 걷다보면 몸도 땀도 나고 기분 좋게 적당히 피곤기도 느낍니다.   

 

지금까지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기억은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걷는 것이 감사거리가 됐습니다. 걸을 때마다 뭔가 살아 있다는 느낌, 내가 가야할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볼수 없었던 것들이 걸을 때에는 아주 세세한 것까지 눈에 들어 들어옵니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대동소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 늘 같은 시간에 걷다보니 같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이제는 그냥 지칠 수 없어 가볍게 인사를 건네게 된 사람도 몇 있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건넬 때 마다 나도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티벳 말로 ‘사람’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티벳 사람들은 사람을 걷는 특징이 있는 존재로 인식한 듯합니다. 스스로 걸으면서 누군가에게 의존되거나 속한 자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존재, 책임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걸을 수 없는 사람은 누군가에 혹은 무엇인가에 의존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에 비유하자면 날개를 펴서 푸른 창공을 마음껏 날아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푸른 하늘을 마음 껏 나르며 자유를 만끽하는 새처럼, 오늘 걷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식물이 광합성 작용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풍성하게 하듯, 걷는 것은 나를 풍성하게 하는 존재의 광합성 작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