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기는 그 위치가 참 특별합니다. 주인에 대해서는 종이지만, 종에 대해서는 주인입니다. 그래서 주인이 청지기를 택할 때, 아주 엄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인을 대신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청지기는 주인은 아니지만, 주인처럼 주인의 살림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종들에게 일을 맡깁니다. 그래서 청지기는 아무나 할 수없습니다. 상당한 식견과 교양을 갖추고 있어야하고 무엇보다도 신실해야 합니다. 식견을 갖추지 못하면 일을 합당하게 계획하거나 추진할 수 없고, 교양을 갖추지 못하면 종들에게 일을 합당하게 맡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주인도 청지기직을 맡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청지기로 부르셨습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에 내 것은 없습니다. 내게 맡겨진 것들 뿐입니다. 우리의 생명도 몸도 자녀도 재산도 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내 것이 아니라, 그저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잠시 맡겨 주신 것에 불과합니다. 청지기의 사명은 맡겨 주신 것을 주인의 뜻에 맞게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주인이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그 뜻에 맞게 우리에게 맡겨 주신 것들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아담과 하와처럼 청지기가 아니라 주인이고 싶어 합니다. 주인이 맡겨 주신 것들을 자기의 소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하나님의 뜻과 무관하게 자기 마음대로 삽니다. 그런 것이 자유라고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살림의 규모가 큰 집에는 청지기가 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있었습니다. 주인은 여러 명의 청지기들을 세우고 그 능력에 맡게 일을 맡깁니다. 능력이 많은 사람에게는 좀 더 많은 일을 맡기고 능력이 좀 적은 사람에게는 적은 일을 맡깁니다. 주인이 청지기에 기대하는 것은 신실한 것입니다. 다른 말로 충성입니다. 신실한 청지기를 주인은 귀하게 여깁니다. 20세기의 성녀로 불리는 마더 테레사는 참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것은 성공하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충성하라고 부르신 것이다.” 맡겨진 일에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주인의 몫입니다. 청지기의 몫은 충성입니다. 주인이 아닌 청지기로 살 때, 우리의 삶 한결 더 자유롭고 편안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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