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 칼럼 187

2021년 12월19일 - 크리스마스의 영광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성탄 장식이 참 많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한 지역에는 해마다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마을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성탄절이 임박한 밤이면 사람들이 그 곳으로 모입니다. 모이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마을 주변은 차나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지역 경찰서에서 경찰관들이 나와 통제해야 할 정도가 됩니다. 사람들은 화려한 장식을 보며 놓칠세라 연신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듯이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화려한 장식은 보기 좋지만, 크리스마스의 영광과는 많이 다릅니다. 성탄의 주인공이신 예수님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그런 화려한 모습으로 오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낮고 초라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초라..

목양 칼럼 2022.02.22

2021년 12월12일 - 수직 문화와 수평 문화

수직 문화라는 것은 한 공동체에서 세대를 이어오는 전통 문화를 말합니다. 반면에 수평 문화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대중 문화 혹은 유행 문화를 말합니다. 수직 문화가 발달한 공동체에는 세대 차이가 없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흥미를 갖고 함께 대화할 주제가 있습니다. 수평 문화가 발달한 곳에서는 세대 간의 문화적인 취향이 확연히 다릅니다. 공감하며 대화할 주제가 없습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문화가 없어 세대 간에 넘어서기 어려운 절벽이 생깁니다. 수직 문화가 발달한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이스라엘입니다. 좀 과장하여 말하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브라함 이후 지금까지 전 세대가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세대를 초월하여 유대인들을 하나로 엮어 주는 역할을 하는..

목양 칼럼 2022.02.22

2021년 12월5일 - 비우고 낮추는 계절

인간은 스스로 구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 뿐 아니라, 구원이 필요하다는 사실 조차도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성탄의 의미는 날로 퇴색해져 연말연시 흥청거리는 분위기에 묻혀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대강절은 인간 스스로 구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절망과 좌절에서 벗어나는 기간입니다. 깊은 절망의 벼랑 끝에서 만나는 기쁨, 그로 인해 다시 시작되는 소망이 예수 탄생을 통해 느끼는 기쁨이며 소망입니다. 구약의 마지막 선지자인 말라기 이후 부터 세례 요한이 등장하기까지 400여 년을 신구약 중간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활동한 선지자가 없어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페르시아, ..

목양 칼럼 2022.02.22

2021년 11월28일 - 감사절에 느끼는 은총

비교적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녀서 추수감사절은 많이 익숙합니다. 어릴 때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이면 온갖 과일과 채소로 강단을 장식했고, 예배가 끝나면 손바닥 만한 떡을 하나씩 나눠 주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청년 때 다니던 교회에서는 떡 대신 두꺼운 책 만한 카스테라를 하나씩 나눠 주기도 했습니다. 추수의 기억이 좀 희미해질 것 같은 겨울의 초입에 지키는 추수감사절이 좀 생뚱 맞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릴 때 추수감사절의 기억은 참 풍성했습니다. 부자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중년이 된 요즘 추수감사절을 통해 느끼는 것은 ‘회복의 은총'입니다. 직장이나 학업 때문에 타지에 있는 아이들이 돌아와 같은 식탁에 둘러 앉을 때, 참 기쁩니다. 비로소 완전체가 된 느낌입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부모님의 손에 이끌..

목양 칼럼 2022.02.22

2021년 11월21일 - 감사하지 못하는 이유

헬렌 켈러의 작품 중에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헬렌은 3일 동안 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며 3일을 보낼 것인지를 상상합니다. 가장 먼저 헬렌은 스승 설리반을 찾아가 선생님의 모습을 마음껏 바라보며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했습니다. 볼 수 없을 때에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 다음에는 산으로 들로 다니며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을 보고, 저녁에는 붉은 노을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둘째 날은 일출을 보며 하루를 열어 오전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돌아보고, 오후에는 미술관, 그리고 저녁에는 별이 가득한 밤 하늘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보고, 영화도 보고, 도시 한복판으로 나와 쇼윈도에 진열된 아름다운 상품들을 ..

목양 칼럼 2022.02.22

2021년 11월14일 - 감사가 먼저입니다.

한국에서 청년부 담당 목사로 사역할 때 일입니다. 추수감사주일 예배 드리면서 청년들 몇 명에게 무엇이 감사한지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반응들이 참 다양했습니다. 교회 오래 다닌 친구들은 상투적으로 하는 진부한 감사로 자기 순서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좀 진지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작년이나 올해나 지난 달이나 이번 달이나 어제나 오늘이나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감사하라는 거냐? 는 식이었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을 때, 하는 것이 감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감사를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감사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감사할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입니다. 2년 째 이어지는 코로나로 인해 참 많이..

목양 칼럼 2022.02.22

2021년 11월 7일 - 감사가 감사를 부릅니다.

한 때, 감사는 기독교의 전유물처럼 생각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감사를 뭔가 좋은 일, 바라던 일이 일어났을 때의 반응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자기 계발서’로 알려진 책 치고 감사를 다루지 않는 책이 없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감사학이라는 학문이 새로 생겨나고 감사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감사연구소까지 등장했습니다. 감사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반증입니다. 그래서 감사를 연구하는 사람은 감사 일기 혹은 감사 메모를 권합니다. 하루를 지나며 감사할 것을 중심으로 일기를 쓸 수 있으면 더 할 나위없이 좋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감사 메모라도 하라는 겁니다. 잠시 ..

목양 칼럼 2022.02.22

2021년 10월31일 - 조언과 잔소리

조언과 잔소리는 같으면서도 참 많이 다릅니다. 둘 다 옳은 말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조언이 옳은 말이라는 것에서는 이견이 없겠지만, 잔소리가 옳은 말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잔소리는 듣기 싫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잔소리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아 잔소리가 옳은 말이라는 사실을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잔소리치고 옳지 않은 말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는 사람도 당당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말은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조언이 되고, 또 어떤 말은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될까요? 아주 간단한 구분법이 있습니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고 묻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말은 잔소리입니다. 그런 잔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합니다...

목양 칼럼 2022.02.22

2021년 10월17일 - 딸과 통화하고 드는 생각

저희 둘째 아이가 휴학하고 현재 하이티에 가 있습니다. 하이티는 일전에 대통령이 괴한들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벌어질 정도로 치안이 엉망인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중남미 국가 중에 최하위 입니다. 그래서 참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두 번째 병원을 설립하는 선교사님의 일손을 돕고, 오후에는 학교에 나가 영어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짬짬이 고아원에 나가 아이들을 돌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가 전해 준 고아원 이야기가 마음에 남아 교우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몇 자 적습니다. 저희 아이가 고아원을 방문하면서 보니, 다른 원아들에 비해 10대 여자 아이들의 표정이 유난히 어두웠다고 합니다. 이유가 있었는데, 그 아이들은 같은 고아원이나 ..

목양 칼럼 2022.02.22

2021년 10월10일 - 교회의 기초

이 글은 지난 화요일 새벽에 마태복음 16장을 묵상하며 단체 카톡방에 올린 내용입니다. 사도 베드로의 고백을 중심으로 교회의 기초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글을 적었습니다. 올리고 나서 이 내용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온 교우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적습니다. 교회의 기초가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것은 교회의 지체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꼭 숙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공생애를 마쳐갈 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물으셨습니다. 침묵이 흐른 후, 시몬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크게 기뻐하시면서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것을 네게 알게..

목양 칼럼 2022.02.22